밀리에서재 [공감]‘지옥에서 보낸 한 철’ 묘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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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8-03 01:03 조회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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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통이 있어야만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창작 활동이 고통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전환해준다는 데에는 크게 동의한다. 수많은 예술가가 어두운 시기를 통과하기 위해, 어두운 기억을 소화하기 위해 창작을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가볍고 즐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테고, 어떤 사람은 무겁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고통이 너무 버거울 때 인간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쓰게 된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 가족이나 연인을 향해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게임·쇼핑·도박·약물 등에 중독되기도 한다. 중독자들은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을 피하고자 중독 행위에 빠져든다.
주어진 고통을 피할 수 없는바, 무언가에 중독될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나는 창작 활동 그중에서도 글쓰기를 사람들에게 권하곤 한다. 다루기 어려운 감정과 경험을 해소하기에 아주 괜찮은 도구여서다. 숙취도 부작용도 없고, 원할 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글을 쓸 때는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기보다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자세히 묘사해보는 것이 좋다. 뭉뚱그려서 ‘싫었다’ ‘짜증 났다’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집단에서 소외될까봐 두려웠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서 조바심이 들었다’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모멸감이 들었다’ 등 구체적인 언어를 붙여주는 것이다.
지옥의 세세한 모습과 그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인간의 반응을 그리다 보면 실제로 지옥을 경험할 때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글을 보여주고 반응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지옥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이때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지옥의 지도를 가능한 한 자세히 그려놓으면, 누군가는 그 글을 읽고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컴컴한 어둠을 헤매더라도 아무 정보도 없는 것보다는 희미한 등불이나 지도가 있는 것이 더 나으니까. 글쓴이가 발견한 상황의 세부 묘사, 권력의 작동 방식, 감정의 진행 과정, 인간의 반응 양식 등을 보고서 누군가는 전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될 수 있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 내게 그런 역할을 해주었던 책이 임솔아 작가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였다. 나는 이 책을 계엄령 이후의 한국 겨울을 통과하며 읽었다. 생존에 급박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잘한 악을 행하는 것에 무감해진 현실이 절망스러웠던 시기였다.
책은 어떠한 희망도 낙관도 보여주지 않는다. 임솔아라는 맑은 창문을 통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의지할 수 있었다. 눈앞에 현실을 헤쳐나갈 때 참고할 수 있는 섬세한 지형도 같았다.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때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튀어 돌아다니는 검은 가시 공을 볼 때가 있다. 부정적 기운으로 가득 찬 이 공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타인에게 던져 해소하려 한다. 한 사람에게서 다른 한 사람으로, 검은 공이 던져질 때마다 공은 악귀 들린 듯 자라난다.
어쩌다 검은 가시 공에 얻어맞게 될 때마다 나는 비틀스의 노래 ‘헤이 주드’를 되뇐다. 노랫말은 이러하다. “이봐 주드, 나쁘게 만들지 마. 슬픈 노래를 품고 더 낫게 만들어.”
지옥에 있을 때 나는 지옥을 쓴다. 지옥을 쓴 다른 예술가들을 옆자리에 두고서 쓴다. 그러면 나는 지옥과 나의 이야기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어두운 시기에도 가장 위대한 영혼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
MBTI의 광풍이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다시 새로운 분류 체계가 나타났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MBTI의 16가지보다 훨씬 단순한 이분법은 이른바 ‘에겐/테토’ 구별법이다. 에스트로겐(외래어 표기법은 ‘에스트로젠’이지만 여기서는 유행하는 용어를 따른다)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에 사회적 규범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투영하여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주도적이고, 직설적이고, 단순한 성향을 띠고,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다정하고 섬세하고 수동적인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녀’는 전통적인 여성상,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남’은 전통적인 남성상을 일컫는다. 이 규범에 속하지 않으면 ‘남성이지만’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남’, ‘여성이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녀’로 불린다. 호르몬으로 사람을 구별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지만, 에겐-테토 구별법(이하 ‘에토 밈’)은 최근 인터넷 콘텐츠에서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진하며 유행 중이다. 문화인류학자로 불리는 강유미가 유튜브에 <에겐남에게 끌리는 이유>라는 패러디 영상을 업로드했고, 댄서 또또와 남편 어버의 러브 스토리는 ‘테토녀와 에겐남’으로 불리며 한 방에 조회수를 터뜨렸다. 최근에는 공중파 TV까지 진출해서 전성기가 끝났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는데…이쯤 되면 기시감이 든다. 그렇다. 에토 밈은 그간 숱하게 반복되어온 ‘상남자/천상여자’, ‘선머슴’ , ‘초식남/육식녀’의 도식에서 눈 밑에 점만 찍고 돌아왔다. 이번에 찍은 점이 호르몬 모양일 뿐.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러한 구별법이 이만큼의 대중적 호소력을 가지는지, 무엇을 설명해준다고 느끼는지 같은 질문을 던질 때다.
먼저 에토 밈의 비판할 지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범박하게는 이분법적 구도의 한계가, 젠더 정치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에 문제가 있다. 이분법이란 무엇인가? 이것 아니면 저것, 세상이나 대상을 두 가지로 나누고 그 구별 안에서만 사고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테토와 에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거나 또렷하게 나뉘는 존재가 아니다. 주도적이면서 수동적일 수 있고 헬스장에 가서 쇠질을 하면서도 섬세할 수 있다. 개인의 성격이 절대적 고정값이 아니라는 사실은 속한 집단에서의 위치나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면모(사회적 가면, 페르소나)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지나친 일반화와 단순화. 이분법의 문제는 이처럼 뻔하지만, 바로 그 단순명료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점이 포인트다. 보편적인 문화 관습에 기대어 성향을 설명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는 편리함과 소속감을 보장한다. “걔가 테토녀잖아.” 이 한 마디가 압축하는 설명과 맥락의 경제성은 또 어떻고. 알 수 없는 알파벳의 조합이었던 MBTI보다 외우기 쉽고, 혈액형만큼 직관적이며, 평생 학습한 성역할 규범이 이해의 어시스트를 넣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태초에 ‘남자다운 남자’, ‘여성스러운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토 밈의 유행은 대놓고 ‘남자답다’, ‘여성스럽다’라는 단어를 쓰기는 조심스러워지고, 성별 규범에서 어긋나는 면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일본에서 ‘초식남’과 ‘육식녀’라는 말이 넘어왔지만, 아직 부드러운 남성성과 주도적인 여성성에 대한 수요나 이해의 토양이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현대인의 교양, 그럼에도 실재하는 규범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언급하게 되는 2025년의 딜레마를 에토 밈이 구원한 셈이다. 하지만 이분법의 한계 역시 명확하여, 결국 에겐남이지만 테토 성향이 있다거나, 테토녀지만 에겐 성향이 있다는 혼종도 슬금슬금 등장하는 추세이다.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 문제는, 규범적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성찰 없이 특정 성향을 마치 호르몬처럼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상상하게 한다는 점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사회문화적인 관념이고, 시대와 문화권과 권력에 따라 달라지며, 수행과 실천으로 구성된다. 욕심과 자기애를 마음껏 드러내는 4세대 걸그룹 노래 가사처럼, 이제는 조롱의 의미로 바뀌어버린 ‘상남자’의 용례처럼(혹시 BTS의 ‘상남자’처럼 이 시대에는 ‘테토남’이라는 노래도 나올 수도 있을까?!). 주도적이거나 단순하다거나 리더쉽이 있다는 성향이 애초에 왜 남성성-테스토스테론으로 분류되는지, 주도적인 여성은 그 자체가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즉 ‘남성성’을 소유한 여성으로만 설명되는지, 에겐남 묘사가 결국은 교묘하게 ‘여성성’을 피곤하고 쩨쩨한 것으로 멸시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고민해 보면 이 밈을 맘 편히 즐기기 어렵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여자나 에스트로겐이 많은 남자 같은 표현을 쓰면서도 실제로 외모에서 다른 성별의 특색이 보이면 혐오하거나 조롱하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에토 밈에서 허용하는 테토녀는 어디까지나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 태도, 가치관 정도의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던 댄서 또또는 ‘수컷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터프하고 독특한 행동으로 큰 인기를 끄는데, 그는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여성의 외양이며 기혼자다. 규범적으로 ‘충분히 여자’라는 알리바이가 있을 때에만 여성적이지 않은 면모도 ‘테토녀’라는 이름으로 승인받는 것이다. 털이 많다거나, 몸에서 남성적인 선이 보이는 여성, 남성적 수행을 하는 부치, 호르몬 치료를 받는 트랜스젠더 등은 에토 밈 세계관에서 철저히 비가시화된다. 애초에 에토 밈 자체가 연애 상담 블로그와 인스타툰에서 흥한 만큼, 이성애를 전제로 하면서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맞는지’ 탐색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퀴어에게 테토녀나 에겐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다. 에토 밈의 핵심을 꿰뚫는다며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감을 산 표현이 있다. “테토녀 에겐남, 이거 그냥 갱년기 아닌가.” 나이가 들면 남자는 여자처럼, 여자는 남자처럼 변한다는 말이 경험에 근거한 사실로 군림한다. 성별에 따른 성향이 시기나 이유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면, 애초에 이분법적 구별 자체도 환상일 수 있다. 『조선의 퀴어』(박차민정, 현실문화, 2018)에서는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존재도 그럭저럭 촌락공동체 안에서 어우러져 살았던 시대를 조명하며, 일제강점기 이후 식민지 정부의 단속과 의료적 개입이 개인을 민족이나 성별 같은 근대적 경계 안으로 포섭하여 통치하기 시작한 과정을 추적한다. 행정과 의학의 차원에서 성별을 고정하고, 공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 통치하기 위해 각 성별에 걸맞은 외양과 행동을 세분화하고 통제한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은 공고해 보이는 성별이분법과 성 역할의 권위에 균열을 낸다.
그런데 이처럼 호모포빅한 면이 있는 에토 밈은 동시에 긍정적 전유가 가능하다. 개인은 평생 체화해온 문화 규범과 타고난 기질 안에서, 법적 성별에 부여된 규범과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성향을 모두 지닌다.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에 맞지 않는 개인의 성향이나 관계성을 드러낼 때 부담 없고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다. 남성적이지 않으면 쉽게 여성화되어 멸시받고, 여성적이지 않으면 ‘무슨 여자애가’로 시작하는 육성 팔만대장경을 들으며 살아온 세상에서 자신을 테토녀나 에겐남으로 설명할 때 드는 안도감이나 해방감을 마냥 폄하할 수 있을까? 이는 이성애 커플 중에서 기존의 성 각본과 다른 결로 관계 맺고 존재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쉐프 정지선이 남편과 출연한 영상에 테토녀-에겐남이라는 수식이 붙었는데, 정지선의 남편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반면 정지선은 한없이 무덤덤하다. 정지선의 남편은 결혼할 때 아내의 스드메까지 자신이 다 직접 찾아보고 예약했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아내-남편 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주 목격되듯, 다정다감하고 잘 돌보는 성향은 이 시대의 새로운 남성성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여전히 ‘주도적이고 무심한 남자-섬세하고 다정한 여자’ 같은 도식을 강하고, MBTI의 틀을 빌려 ‘남자는 T(사고형), 여자는 F(감정형)’을 반복 재생산하는 현실에서 사소하게나마 다른 관계성을 미디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특정 용어와 해석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타인을 파악하려는 욕망은 시들지 않는다. 이번 절기의 유행인 에토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과 성역할에 기대어 규범 외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포섭하려는 시도이자, 그 자체로 이러한 구별이나 성 각본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중적인 파생 효과를 바라보며 다음 유행을 상상해 본다. 태어난 날짜, 혈액형, 자기보고 검사, 호르몬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오는 다음 주자는 아무래도…혈당?
<이진송>
가수 지드래곤을 앞세운 ‘파격 광고’로 화제가 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뤼튼’이 인지도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9일 아이지에이웍스 TV 애드 인덱스에 따르면, 뤼튼은 지난달 지드래곤을 모델로 한 광고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애플리케이션(앱) 설치율이 크게 늘었다. 6월 2주차 4위였던 AI 업종 내 신규 설치 건수 순위는 3주차에 3위, 4주차에 2위로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각각 2·3위였던 구글 제미나이와 퍼플렉시티를 제쳤다.
특히 청년 세대의 호응이 높았다. 전체 신규 설치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3%가 10~20대였다.
화제가 된 광고는 지드래곤이 직접 스마트폰을 들고 원테이크로 찍은 세로형 영상물이다. 특별한 배경 음악이나 음향 효과 없이 지드래곤이 카메라를 향해 “이건 AI 광고야. 이름은 루이 아니고 리 아니고 뤼튼”이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이 광고는 지난달 17일 공개 직후 큰 화제를 모으며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게 대체 무슨 광고냐’는 당황스러운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호기심을 끄는 데는 충분했다. 한 달 만에 100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뤼튼은 이 밖에도 TV, 서울시내 곳곳의 옥외 광고판 등을 통해 대대적인 광고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글쓰기, 검색 등 AI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뤼튼은 지난해 월간 활성 이용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운영사인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최근 총 108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1300억원을 기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제한 기준 전면 개정이 목동 재건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오 시장은 3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6단지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관련 주민 질의가 나오자 “개정안에서 (고도제한) 범위가 줄어들 걸 기대했는데 의외로 적용 범위가 더 넓어져 모두 당황하고 계실 텐데, 사실 목동 지역은 그렇게까지 크게 동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ICAO는 약 70년 만에 고도제한 규정을 전면 개정했다. 오는 8월 4일 발효되고, 각국은 국내법을 정비해 2030년 11월 21일 전면 시행하게 된다.
오 시장은 “ICAO와 국토교통부가 소통해 세부 내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쯤이다”면서 “서울시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강력하게 건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김포공항 활주로를 기준으로 반경 4㎞ 이내를 수평표면구역으로 정하고,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해발 57.86m(지상 45m) 미만으로 제한했다. 개정된 규정은 공항 주변을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했다.
평가표면 확대로 김포공항 반경 약 11~13㎞ 내에 이르는 지역이 45·60·90m 등으로 고도제한을 적용받게 된다.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금지표면이 줄고, 평가표면이 늘 때 재건축·재건축이 유리해지는 강서구는 환영하는 반면 새롭게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양천구는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기존에 규제 지역 밖이던 목동이 평가표면 범위 안에 포함되는데 목동6단지의 경우 최고 49층, 7단지는 60층을 목표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목동의 나머지 재건축 단지 12곳도 45층 이상으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이 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재는 (활주로 인근) 신월동 일부만 제한을 받았는데 개정안대로라면 거의 양천구 전체가 규제를 받게 된다”면서 “90m 고도제한을 받으면 층수가 30층 정도로 제한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지난 23일 고도제한 개정안이 발표된 후 목동의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기도 했다. 고도제한이 구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날 오 시장의 주민 간담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큰 관심을 받았다.
오 시장은 “ICAO의 개정안 적용은 2030년 이후라 그 전에 조합을 설립하고,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마치면 개정안은 상관없게 된다”면서 “목동 지역은 ICAO 개정안이 어떻게 결정되더라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공정관리이다. 오 시장은 평균 18년 6개월이 걸리는 서울시 정비사업 소요 기간을 목동6구역에선 11년 6개월로 7년 단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주 신당9구역을 방문해 정비사업 소요 기간을 13년으로 평균 5년 6개월 단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목동에 한해 추가로 1년6개월을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목동6단지는 재건축이 추진되는 목동 14개 단지 중 가장 먼저 조합을 설립한 곳이다. 통상 5년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을 1년9개월, 3년6개월 소요되는 조합설립을 9개월 만에 완료하는 등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로 남다른 추진 속도를 보였다.
시는 목동6단지를 포함해 연말까지 14개 전체 단지의 정비계획을 결정 고시 완료하고, ‘민관공정관리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조기 착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차례로 추진하던 정비사업 행정절차를 동시에 처리하는 ‘사전 병행제도’를 도입하고, 사업 전 과정에서 ‘처리기한제’도 적용해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오 시장은 “기존 고도제한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서울시도 정부와 계속해서 교감해 나가겠다”면서 “내년 하반기까지 만들어지는 최종 규정을 기다려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절차마다 처리기한제를 도입해 조금도 지연되지 않게 관리하고, 이를 위해 공정촉진책임관을 두겠다”면서 “조합별로 있을 수 있는 갈등을 관리할 갈등관리책임관도 지정해 최대한 기한을 앞당겨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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