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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음 회생계획에 일부 수입 누락…대법 “인가 영향 없다면 사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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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7-28 11:43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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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음 채무자가 회생절차 과정에서 수입을 일부 누락한 채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았어도 법원을 기망한 사기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회생절차에서 사기죄 성립에 관해 명시적으로 법리를 설시한 첫 사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중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도하다 수억원의 채무를 지게 되면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 2017년 10월 개시 결정을 받았다. A씨는 회생계획안 등을 제출하면서 월 수입란에 440만원 상당의 동물병원 월 급여만 기재하고, 아내 명의 계좌로 받은 추가수당(월 160여만원 상당)은 제외했다. A씨는 이듬해 2월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고, 같은 해 7월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았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채권자 총 31명에 대한 채무 11억7400여만원 중 7억3500여만원을 면제받았는데, 검찰은 A씨가 법원을 기망해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고 보고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실제와는 다른 허위 재산 관계를 적어내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아냈다는 취지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의 재산 관계를 기초로 한 회생계획인가 결정으로 피고인이 실제 면책받을 수 있었던 채무액을 초과해 면책받은 이상 누락된 추정 소득 금액이 아니라 면책금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A씨가 추가수당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회생계획 인가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추가수당을 반영·기재하지 않은 것이 객관적으로 회생인가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거나 이로 인해 회생인가 결정 여부 및 그 내용이 달라질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A씨가) 추가 수당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잘못해 기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면서 “추가 수당을 법원에 사실대로 알렸다고 하더라도 추가 수당의 성격이나 금액 등을 고려했을 때 장래 추정 소득이나 회생 계획의 변제율이 반드시 변경됐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 신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육성을 본격화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공급시설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관련 인프라 구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새만금개발청은 24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변경안에는 지구단위계획 조정과 함께 입주기업의 토지 준공을 위한 확정측량 면적 조정 등이 포함됐다.
가장 큰 변화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반시설 설치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2022년 스마트그린 국가시범산단으로 지정된 5·6공구 통합관제센터에는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공급시설 설치가 허용됐다. 2공구에 있는 국가종합 실증연구단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새만금개발청은 이번 변경으로 산업시설용지 5개 필지가 준공되면 공장과 연구시설, 변전소 등 에너지 관련 인프라 설치도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기업 생태계를 신속히 조성하겠다”며 “기업과 기관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새만금 산단을 최적의 기업 활동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우선으로 소상공인의 사회·재난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상공인의 회복과 성장을 돕고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통해 중소벤처 기업의 ‘진짜 성장’을 설계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장관은 최근 전국적으로 벌어진 산사태 피해를 염두에 둔듯 “대형 재난 피해복구 체계 마련, 고용보험 지원, 화재공제 강화 등에 집중하겠다”면서 “소상공인 경영 안정을 위해 상환기간 연장, 금리 감면 등으로 채무부담을 경감하며 고정비용 부담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에도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은 “스타트업들이 제조 기업에 필요한 솔루션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스마트 제조 혁신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겠다”며 “디지털 전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 제조산업 혁신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창업·벤처 4대 강국을 향한 새로운 혁신을 선도하겠다”며 “연기금 등 민간자금의 벤처투자 시장 참여 확대, 모태펀드 존속기간 연장 등 기능 재정립을 통해 벤처투자 시장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이어 “대·중소기업이 공정한 환경에서 함께 성장하는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대책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이 제도는 특허침해 소송 시 소송 당사자가 재판 전 필요한 증거를 요구해 받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공약한 제도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첫 외부 일정으로 대전 은구비서로 골목형 상점가와 중앙시장 활성화 구역을 찾았다. 그는 상인들과 만나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지역경제의 주요 기반을 이루는 현장”이라며 “정부는 단기적 소비 촉진을 넘어 위기 이후 다시 설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소비들이 모여서 지역 상권을 살리고 어려운 민생을 회복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며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 내수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 취약 상권에서 현명한 소비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중소·벤처기업계는 이날 논평을 내고 한 장관 취임을 일제히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네이버 등 IT산업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에 주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한 장관이 소상공인의 활로 개척과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며 “소상공인 전담 제2차관 신설 등 소상공인 조직 예산 및 지원 확대에도 힘써달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이이정은 친구의 권유로 장기자랑 무대에 올랐다. 원더걸스의 ‘텔 미’(tell me)를 췄다. 인트로에서 느꼈다. “이건 내 직업이겠다.” 이이정은 확신했다. “나는 이거 하려고 태어났다.”
엠넷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를 통해 이름을 알린 뒤, 최근 종영한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활약한 안무가 리정(본명 이이정)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그때부터 춤을 안 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는 그는, 블랙핑크·트와이스 등의 안무를 만드는 춤꾼으로 자랐다.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스우파>는 리정에게 남다른 의미다. 그는 “원래 춤은 우리끼리 공유하고 소통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많은 사람들이 춤을 저만큼 사랑하고 있다”며 “(방송 이후) 이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고 문화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2021년 방송된 <스우파>는 총 8개 팀이 우승을 놓고 겨루는 여성 댄스크루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을 받는 등 널리 사랑받았다.
스우파 시즌3 격인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는 <스우파> 각 팀의 리더였던 8명이 한 팀을 이뤄 국가 대항전을 치렀다. 팀의 이름은 범접(BUMSUP). 효진초이가 지은 이름이다. 영어와 한국어 발음 모두 편해 글로벌 춤 대결에 걸맞았다. ‘虎’(호랑이 범), ‘범접할 수 없는 존재’, ‘엉덩이(bum)를 들썩거리게 하다’ 등 다채로운 의미도 지녔다.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주변에선 “잘해야 본전” “잃을 게 많은 판”이라며 말렸다. 하지만 리정은 고민하지 않았다.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그는 “스우파 출연이 누군가한테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일 수 있지 않느냐”며 “‘언니들이랑 한다고? 너무 좋은데요!’ 생각했다”고 했다.
범접은 에이지 스쿼드(호주), 모티브(미국), 로얄 패밀리(뉴질랜드), 오사카 오죠 갱(일본 오사카), 알에이치도쿄(일본 도쿄)와 실력을 겨뤘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느꼈지만, 이 역시 원동력으로 삼았다. 특히 에이지 스쿼드의 리더로 출연한 카에아는 리정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다. 리정은 “카에아가 ‘넌 진짜 스타야’라고 했을 때 너무 좋았다”고 했다.
범접은 메가 크루 미션 영상이 공개 3일 만에 유튜브에서 1000만뷰를 돌파하는 등 화제를 모았으나, 세미 파이널에서 탈락했다. 패배감보단 아쉬움에 쓰라렸다. 라이브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던 그로서는 생방송으로 열리는 결승전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게 속상했다. 그는 “매일 연습실에서 점심·저녁을 먹으면서 정말 미친 사람들처럼 춤만 추는 시기가 끝났구나 싶었다”고 했다.
리정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OST <하우 잇츠 던>과 <소다 팝> 안무 제작에도 참여했다. 작업 기간은 3년이었다. 제작진은 첫 화상 미팅에서 “저희는 이런 걸 기획하고 있다. 그래서 리정씨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리정의 심장이 요동쳤다.
리정은 <케데헌>에 등장하는 걸그룹 헌트릭스와 보이그룹 사자보이즈를 실재하는 아티스트로 생각하고 안무를 짰다. 두 그룹의 안무 실력을 두고는 “너무 잘한다. 지치지도 않고”라며 웃었다. <케데헌> 속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실제 리정의 모습을 본 떴다. 제작진은 리정의 안무 영상만 찍은 게 아니라 그의 일상 생활도 모션 캡처(motion capture ·인간의 동작을 디지털 정보로 기록하는 것)했다.
리정은 ‘춤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민 않고 “없다”고 했다. 그에게 춤은 삶이고, 자부심이고, 구원이고,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원더걸스 키즈’로 자란 그에게 ‘리정 키즈’를 위한 한 마디를 부탁했다. “꼭 좋아하는 걸 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세상’은 바꿀 수 있거든요.”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64)는 여성 최초로 세계수학교육심리학회(PME) 회장에 선출됐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두번째다. PME는 수학교육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학회다. 취임을 위해 칠레 산티아고로 출국을 앞둔 권 교수를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직접 들어 본 그의 커리어에는 ‘최초’가 ‘최후’로 그쳐선 안 된다는 사명감이 녹아 있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최초 여성 교수 등의 여러 수식을 가진 연구자로서 또 다른 분야의 ‘첫번째’들을 위해 여성과총에서도 회장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본래 수학을 전공했으나 유학 도중 수학교육 분야로 방향을 넓혔다. 한국에선 통했던 방식이 미국에서 한계에 부딪히면서 수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관심을 두게 됐다. 수학 분야에서 여학생, 여성 연구자로서 경험했던 소수자성은 다음에 따라올 이들을 위해 길을 닦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자칭 ‘내향인’인 그는 점차 ‘노력형 인싸’가 됐다.
많은 학생에게 수학은 ‘공포의 과목’이 된 지 오래다. ‘수포자’란 말도 더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권오남 교수는 “수학은 정답보다는 좋은 질문을 기다리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들을 문제풀이 기술자가 아닌 창의적인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성장시키는 수학교육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의 답변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이 수학을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란 고민이 담겨 있었다.
- 보통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이 수학인데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좋아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수업 중 어려운 산수 문제를 풀도록 저를 자주 칠판 앞으로 부르셨습니다. 책임감과 긴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그 시간이 저를 수학에 몰입하게 했습니다. 명쾌하게 풀었을 때 쾌감, 복잡한 상황을 간단한 논리로 정리해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고 특히 추상적인 개념을 기호화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함축성에도 깊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안동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어요. 그때는 사투리가 더 심했고 새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었죠. 수학 시간에 떨리지만 손들고 나가서 문제를 풀었고, ‘안동에서 온 애가 수학을 잘한다더라’ 해서 친구도 많이 생겼어요. 돌이켜 보면 수학이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수학을 좋아한 게 먼저인지, 잘하게 된 게 먼저인지 모르겠어요. 수학을 업으로 삼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건 대학교 와서의 일이에요.”
- 수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수학을 문제를 푸는 스킬(기술)로만 생각하는데 실제 수학자들은 ‘존재하는가’를 물어봅니다. 어떤 현상을 모델링하려면 그것을 단순화, 추상화, 상징화해야 해요. 그런데 해가 없는 방정식이라면 완전히 고생이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그것이 수학적 세계에서 ‘있느냐’를 물어봐야 해요. ‘이 문제에 해가 있는가’를요. 그러니까 수학은 존재에 관한 문제죠. 그 다음으로는 해가 독특하고 고유한가(Uniqueness)를 봐야 합니다. 해법이 하나이거나 적어야 유효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존재성과 유효성이 굉장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 수학이 현실 문제를 해결한 사례는 무엇인가요?
“수학은 복잡한 세상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사고의 틀입니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구조를 발견하는 언어이자 도구죠.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예측에 사용된 모델링은 현실 세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함으로써 사회적 의사결정에 기여한 대표 사례입니다. 수면 패턴에 관한 연구, 날씨 예측, 인공지능, 버스 도착 시각 같은 모든 것이 다 수학이죠. 단지 문제 푸는 기술을 주로 익히다 보니 학생들이 그걸 인지하지 못합니다.”
- 고등학교 졸업 후 수학교육과에 온 학생들이 그 간극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어떤 반응이 나타나나요?
“전 세계적으로 이중단절(double discontinuity)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과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이 달라 너무나 충격이 큰 것이죠. 고등학교에서는 제일 말단에 있는 (문제풀이) 기술만 하다가, 대학에 와서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하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예비교사들도 현직에 가면 대학에서 배웠던 고민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다시 문제풀이 기술 중심으로 가르칠 가능성이 크지요. 그래서 이 현상을 이중단절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 어떤 계기로 수학교육 분야를 커리어로 삼게 되셨나요?
“한국에서 수학 석사를 끝내고 유학을 갔는데요. 숙제할 때 미국 친구들이 잘 모르는 걸 제가 가르쳐줬거든요. 그런데 그게 몇 년이 지나면 역전이 되더라고요. ‘얘들은 하나도 몰랐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창의적이지?’, ‘왜 이렇게 질문을 잘하지?’ 싶어서 힘들었습니다. 다른 과를 봐도 다들 저처럼 코스웍은 잘하는데 논문 쓰는 걸 힘들어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는 왜 이 문제를 이렇게밖에 보지 못할까’하며 내 탓을 했지만 환경으로 (문제의식이) 확장됐죠. 이건 나만의 사례가 아니라 한국의 교육 상황이 아닌가. 나는 내게 주어진 구조와 교육 환경에서 최선으로 달려왔으니까요. 우리는 이렇게 질문을 안 하는 환경이었구나. 우리가 받아온 교육방식 즉 정답 중심, 설명 암기식 교육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수학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수학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는지를 탐구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수학교육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박사 논문을 한 학기 유예하고 수학교육과에서 연구를 했죠.”
- 여성 연구자로서 수학 분야에서 롤모델을 찾기 어땠나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수학 분야에 여학생과 여성 교수가 매우 소수였다는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990년대 초 이 분야 대가를 기념하는 콘퍼런스에 간 적이 있는데, 발표자 중 여성은 단 한 명이었습니다. 교수 부부였던 사람이었어요. 그것이 주는 메시지는 ‘수학자 남편을 두지 않는 한 이 분야에서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였어요. 수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이 너무 없다는 건 나의 롤모델이 더 없다는 것이니까요.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이 생물학적인 걸까 사회적인 요인인 걸까 궁금해서 나중에 이런 걸 연구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여성들이 유입을 안 해서 수적으로 열세이다 보니 대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유입, 성장이 다 문제였죠.”
-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도 ‘여자가 무슨 수학을 하냐’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실력과 의지를 의심받는 순간들이 있었고, 교육 환경과 정책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학문적 다양성과 공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연구를 통해 여성과 수학에 관한 통념이 학교와 사회를 통해 증폭된다는 것도 발견했어요. 1995년 <한국여성학>에 발표한 논문인데요. 당시 소위 ‘고3 역전설’이라는 걸 발견하고 너무 놀랐어요. 선생님들이 ‘고2 때는 너희가 잘하는데 고3 돼봐라, 너희 체력도 약하니까 남학생들한테 역전된다’ 이런 말을 명시적으로 한다는 거예요. 당시 인터뷰한 여학생들은 공부를 굉장히 잘하는 학생들이었는데 ‘고3 역전설이 실현될까 불안해요’, ‘실제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죠’라는 말을 했어요. ‘수포자’란 말처럼 부정적인 현상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 그게 보통명사가 되는 거예요. 교육에 있어선 부정적인 이름을 붙이는 게 좋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수호자(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라고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거든요.”
- 한국 수학교육계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주요 고민은 학습 격차와 정답 중심 문화입니다. 가장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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