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기고]이재명 정부는 원전은 위험한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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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6-24 19:47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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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원자력은 오랫동안 ‘안전하고 저렴한 청정한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광고, 드라마, 퀴즈대회, 교과서, 심지어 어린이 알림장까지. 공공예산으로 제작된 콘텐츠들이 반복적으로 우호적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다. 그러나 핵은 근본적으로 위험한 기술이다. ‘위험 기술’에 대한 정직한 인식 없이 ‘절대 안전’만을 반복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일종의 기술적 미신이다.
‘원전은 청정에너지’라는 주장 역시 문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전국의 원전 임시저장고는 사용후핵연료가 1만8000t이 쌓여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지만 수십만년 동안 인류가 관리해야 할 안전한 영구처분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정에너지’라는 표현은 엄연한 사실 왜곡이다.
해외는 이미 허위·과장된 친환경 광고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탈핵시민연대 ‘핵 퇴출’은 “원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는 프랑스 전력공사 광고에 대해 광고윤리심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아냈다(2015). 유럽연합(EU)의 소비자 보호 지침과 그린워싱 방지 지침안은 ‘친환경’ ‘탄소중립’ 등 막연한 표현을 사용할 경우 과학적 입증이 없으면 위법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유럽은 이미 정책적으로 ‘환경미화 과장 광고’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공공예산으로 진행되는 친원전 홍보가 여전히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2년부터 5년간 광고비로 222억원을 집행했다. 유튜브, 방송, 영화, 드라마, 신문까지 친원전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관광·교육기관 협찬이나 예능 제작 지원까지 동원된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이 아니다. 공적 정보시장을 왜곡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의 대선 발언은 수년간 반복 과장된 원전 홍보가 공적 영역에서 잠재의식까지 지배하게 된 결과다.
이제는 제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국가재정법과 공공기관운영법에 공공예산이 특정 산업의 일방적 미화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금지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둘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청정하고 안전한 원전’이라는 표현을 과장 광고로 판단해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모든 원전 홍보물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발생” “사고 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 가능” 등 핵심 위험 요소를 알리는 경고 문구를 의무적으로 삽입해야 한다. 또한 공공예산으로 제작되는 경우 시민이 참여하는 독립 심의기구 검토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는 이제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는 이분법을 넘어,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정보 접근의 평등에서 시작되며, 과학정책도 마찬가지다. 노엄 촘스키는 “안전한 원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바로 위험이다”라고 언급했다. ‘안전하다’는 확신, 그 순간부터 진짜 위험이 시작될 수 있다.
100살 엄마의 머릿속엔 100년의 기억이 뒤엉켜 있다 어느 순간 아무 기억이나 불쑥 솟구치는 모양이다. 어느 날 아침, 뜬금없이 물었다. “아이, 규갑이는 살았다냐 죽었다냐?”
규갑이가 누군지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게 누구냐고 되물었다.
“규석이 동생이제.”
그제야 기억이 났다. 엄마가 규갑이라 부르는, 전남편의 먼 피붙이를 나는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게는 그냥 중학 시절의 집 주인아저씨다.
그 집에서의 기억이 모든 집을 통틀어 가장 비참했다. 그래서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다. 주인집과 벽에 지붕을 얹어 간이로 지은 그 집엔 창문도, 화장실도 없었다. 방문을 열면 견고한 벽이 아니라 반투명 비닐로 겨우 바람만 가린 부엌이었다. 그 무렵 나는 장염을 앓았고, 주인집의 현관문은 밤 9시면 잠겼다.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팠던 나는 별수 없이 부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급한 불을 꺼야 했다. 부엌에서 뒷일을 처리해야 하는 서글픔보다 더 서글펐던 건 반투명 비닐 밖으로 어른거리는 주인집 아들 방의 불빛이었다. 하필 그 아이는 나와 나이가 같았다. 그 시간에 담벼락 전망뿐인 창문을 열 리는 만무했지만 나는 그 아이 앞에서 늘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가느다란 기억의 끈을 오랜만에 부여잡은 엄마가 덧붙였다.
“규갑이가 우리헌테 참말로 잘했다. 우리가 하도 쫓게낭게 즈그 집으로 오라드라. 덕분에 거개서 오래 살았제.”
나는 까맣게 모르는 이야기였다. 걸핏하면 형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통에 서울로 이사 간 뒤 한집에서 오래 살지 못했다. 규갑이 아저씨 집에서만 3년 가까이 살았다. 그게 아저씨의 배려였던 모양이다. 빨갱이를 자기 집에 들이는 게 어찌 쉬웠으랴.
아저씨 집에는 시조카들이 수시로 얹혀살았다. 그 집에는 수세식 변기가 있는 욕실이 있었지만 시조카들은 나처럼 야외 수도를 썼다. 아침에는 밥 지으려는 엄마와 나와 시조카 두엇까지 늘 북적거렸다. 야외 수도를 쓰는 동지여서일까, 시조카들은 나를 예뻐했다. 어린 나이에 출근해야 하는 처지이니 더 급했을 테지만 기꺼이 나를 위해 양보해주었다. 다이얼 비누를 처음 써본 것도 그 언니·오빠들 덕분이었다. 다이얼 비누로 세수를 하면 얼굴에서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났다. 신문물의 감각이라고나 할까?
밤 9시 전, 주인집 화장실에 가면 야외 수돗가에서는 맡을 수 없는 향기가 났다. 남의 변기에 앉은 채 나는 매의 눈으로 비품을 살폈다. 우리 집 수건보다 두 배는 두툼한 듯한 송월타월, 써본 적 없는 아카시아 샴푸, 그때의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나는 가닿을 수 없는 세상의 증표였다. 그런 증표를 나는, 시조카들은, 쓸 수 없었다. 일부러 못 쓰게 한 것도 아닐 텐데 나는 괜스레 아주머니가 원망스러웠다. 시조카들이 한겨울에도 욕실을 놔두고 수돗가에서 씻는 것 역시 아주머니가 눈치를 주었기 때문일 거라 지레짐작했다. 머리 굵은 중학생이랍시고 저런 게 소시민성이려니, 내심 비웃은 적도 있다.
엄마가 규갑이 아저씨 얘기를 꺼낸 날 마침 아저씨 형의 딸, 그러니까 나와 수돗가 동지였던 언니가 찾아왔다. 이만저만 해서 아주머니를 원망했었노라 털어놨더니 언니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가, 짝은어매 참말 좋은 사람이어야. 니도 생각해봐라. 울 아배가 빨갱이로 찍힌 사램인디, 고것만 해도 딱 짤라불고 싶었을 것인디, 우리들 다 받아줬어야. 짝은어매, 몸도 약허디 약허다. 그 몸에 자기 자석 너이에 우리꺼정 월매나 고됐을 것이냐. 긍게 노상 울쌍이긴 했어도 우리헌티 모진 말 한 번 안 했어야. 우리가 알아서 눈치 보고 그런 것이제. 나넌 서이는 고사허고 한나도 안 받는다. 시조카가 뭐라고 내 집서 묵에살릴 것이냐!”
언니 말이 옳다. 내 자식 하나 키우기도 힘들다고 죽는소리 해대는 요즘이다. 자식 넷에 시조카 셋, 멀고 먼 빨갱이 친척인 우리까지, 생각해보면 아주머니가 진짜 부처다. 내 상처만 쓰라려서 지금껏 아주머니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막둥이가 나보다 예닐곱 살 아래였으니 이제 아주머니도 90을 바라보는 할매가 되었겠다. 묵은 원망이 마음을 막아 여태 연락할 생각조차 못하고 살았다. 이제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주어진 삶이 몸에 부쳐 노상 찌푸리고 있던(어린 나는 우리에 대한 거부로 읽었던) 아주머니가 처음으로 그립다.
경향신문은 2016년 창간 70년을 맞아 <경향포럼>을 시작했습니다. <경향포럼>은 그동안 정보기술(IT) 혁신에 따른 ‘4차 산업혁명’부터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저성장, 양극화 등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차별화한 시각으로 다루며 국내 대표 포럼으로 성장했습니다. 10회째인 올해 주제는 ‘초가속 시대의 도전 - 공포를 넘어 희망으로’입니다.
최근의 기술 발달 속도는 인류 문명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릅니다. 핵심 동력인 인공지능(AI)은 산업계는 물론 시민들의 일상, 놀이 문화까지 빠르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나날이 발표되는 새로운 기술은 머지않아 인류를 노동과 자본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 발달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정치·경제·사회 양극화를 가속할 것이란 우려가 대표적입니다. 더 나아가 특정 국가나 기업이 대다수 시민을 지배하고, 심지어 인류 전체가 AI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공포도 없지 않습니다.
희망과 공포가 교차하는 기술 격변기, <2025 경향포럼>은 국내외 유수의 석학·전문가와 함께 현 상황을 짚어보고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미래로 가는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올해는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 센터장이 포럼의 문을 엽니다. 이어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 사회인류학연구소장(왼쪽 사진),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보 안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오른쪽), 배경훈 LG AI연구원장, 문병로 서울대 교수, 김재인 경희대 교수, 정세랑 소설가가 차례로 무대에 오릅니다. 또 이정동 서울대 교수와 김지희 카이스트 교수, 김효은 국립한밭대 교수가 각각 사회자와 토론자로 함께합니다. ‘시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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