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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거래소 [이진송의 아니근데] “남자답다” “여성스럽다”엔 없는 성인지 감수성···‘테토녀’ ‘에겐남’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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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8-04 00:57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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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거래소 MBTI의 광풍이 조금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다시 새로운 분류 체계가 나타났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했던가? MBTI의 16가지보다 훨씬 단순한 이분법은 이른바 ‘에겐/테토’ 구별법이다. 에스트로겐(외래어 표기법은 ‘에스트로젠’이지만 여기서는 유행하는 용어를 따른다)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에 사회적 규범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투영하여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주도적이고, 직설적이고, 단순한 성향을 띠고, 에스트로겐이 많으면 다정하고 섬세하고 수동적인 성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녀’는 전통적인 여성상,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남’은 전통적인 남성상을 일컫는다. 이 규범에 속하지 않으면 ‘남성이지만’ 에스트로겐이 많은 ‘에겐남’, ‘여성이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테토녀’로 불린다. 호르몬으로 사람을 구별한다는 것이 다소 황당하지만, 에겐-테토 구별법(이하 ‘에토 밈’)은 최근 인터넷 콘텐츠에서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진하며 유행 중이다. 문화인류학자로 불리는 강유미가 유튜브에 <에겐남에게 끌리는 이유>라는 패러디 영상을 업로드했고, 댄서 또또와 남편 어버의 러브 스토리는 ‘테토녀와 에겐남’으로 불리며 한 방에 조회수를 터뜨렸다. 최근에는 공중파 TV까지 진출해서 전성기가 끝났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는데…이쯤 되면 기시감이 든다. 그렇다. 에토 밈은 그간 숱하게 반복되어온 ‘상남자/천상여자’, ‘선머슴’ , ‘초식남/육식녀’의 도식에서 눈 밑에 점만 찍고 돌아왔다. 이번에 찍은 점이 호르몬 모양일 뿐. 그렇다면 ‘왜’, ‘지금’ 이러한 구별법이 이만큼의 대중적 호소력을 가지는지, 무엇을 설명해준다고 느끼는지 같은 질문을 던질 때다.
먼저 에토 밈의 비판할 지점부터 짚고 넘어가자. 범박하게는 이분법적 구도의 한계가, 젠더 정치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에 문제가 있다. 이분법이란 무엇인가? 이것 아니면 저것, 세상이나 대상을 두 가지로 나누고 그 구별 안에서만 사고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테토와 에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거나 또렷하게 나뉘는 존재가 아니다. 주도적이면서 수동적일 수 있고 헬스장에 가서 쇠질을 하면서도 섬세할 수 있다. 개인의 성격이 절대적 고정값이 아니라는 사실은 속한 집단에서의 위치나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면모(사회적 가면, 페르소나)에서도 쉽게 드러난다. 지나친 일반화와 단순화. 이분법의 문제는 이처럼 뻔하지만, 바로 그 단순명료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점이 포인트다. 보편적인 문화 관습에 기대어 성향을 설명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행위는 편리함과 소속감을 보장한다. “걔가 테토녀잖아.” 이 한 마디가 압축하는 설명과 맥락의 경제성은 또 어떻고. 알 수 없는 알파벳의 조합이었던 MBTI보다 외우기 쉽고, 혈액형만큼 직관적이며, 평생 학습한 성역할 규범이 이해의 어시스트를 넣는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태초에 ‘남자다운 남자’, ‘여성스러운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토 밈의 유행은 대놓고 ‘남자답다’, ‘여성스럽다’라는 단어를 쓰기는 조심스러워지고, 성별 규범에서 어긋나는 면을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성인지 감수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일본에서 ‘초식남’과 ‘육식녀’라는 말이 넘어왔지만, 아직 부드러운 남성성과 주도적인 여성성에 대한 수요나 이해의 토양이 부족했던 시기였기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하거나 이를 강화하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현대인의 교양, 그럼에도 실재하는 규범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언급하게 되는 2025년의 딜레마를 에토 밈이 구원한 셈이다. 하지만 이분법의 한계 역시 명확하여, 결국 에겐남이지만 테토 성향이 있다거나, 테토녀지만 에겐 성향이 있다는 혼종도 슬금슬금 등장하는 추세이다.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의 자연화 문제는, 규범적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성찰 없이 특정 성향을 마치 호르몬처럼 자연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상상하게 한다는 점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사회문화적인 관념이고, 시대와 문화권과 권력에 따라 달라지며, 수행과 실천으로 구성된다. 욕심과 자기애를 마음껏 드러내는 4세대 걸그룹 노래 가사처럼, 이제는 조롱의 의미로 바뀌어버린 ‘상남자’의 용례처럼(혹시 BTS의 ‘상남자’처럼 이 시대에는 ‘테토남’이라는 노래도 나올 수도 있을까?!). 주도적이거나 단순하다거나 리더쉽이 있다는 성향이 애초에 왜 남성성-테스토스테론으로 분류되는지, 주도적인 여성은 그 자체가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즉 ‘남성성’을 소유한 여성으로만 설명되는지, 에겐남 묘사가 결국은 교묘하게 ‘여성성’을 피곤하고 쩨쩨한 것으로 멸시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지 등을 고민해 보면 이 밈을 맘 편히 즐기기 어렵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여자나 에스트로겐이 많은 남자 같은 표현을 쓰면서도 실제로 외모에서 다른 성별의 특색이 보이면 혐오하거나 조롱하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에토 밈에서 허용하는 테토녀는 어디까지나 옷차림이나 헤어 스타일, 태도, 가치관 정도의 수준이다. 앞서 언급했던 댄서 또또는 ‘수컷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터프하고 독특한 행동으로 큰 인기를 끄는데, 그는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여성의 외양이며 기혼자다. 규범적으로 ‘충분히 여자’라는 알리바이가 있을 때에만 여성적이지 않은 면모도 ‘테토녀’라는 이름으로 승인받는 것이다. 털이 많다거나, 몸에서 남성적인 선이 보이는 여성, 남성적 수행을 하는 부치, 호르몬 치료를 받는 트랜스젠더 등은 에토 밈 세계관에서 철저히 비가시화된다. 애초에 에토 밈 자체가 연애 상담 블로그와 인스타툰에서 흥한 만큼, 이성애를 전제로 하면서 ‘어떤 스타일이 나에게 맞는지’ 탐색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퀴어에게 테토녀나 에겐남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이유다. 에토 밈의 핵심을 꿰뚫는다며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감을 산 표현이 있다. “테토녀 에겐남, 이거 그냥 갱년기 아닌가.” 나이가 들면 남자는 여자처럼, 여자는 남자처럼 변한다는 말이 경험에 근거한 사실로 군림한다. 성별에 따른 성향이 시기나 이유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면, 애초에 이분법적 구별 자체도 환상일 수 있다. 『조선의 퀴어』(박차민정, 현실문화, 2018)에서는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존재도 그럭저럭 촌락공동체 안에서 어우러져 살았던 시대를 조명하며, 일제강점기 이후 식민지 정부의 단속과 의료적 개입이 개인을 민족이나 성별 같은 근대적 경계 안으로 포섭하여 통치하기 시작한 과정을 추적한다. 행정과 의학의 차원에서 성별을 고정하고, 공적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 통치하기 위해 각 성별에 걸맞은 외양과 행동을 세분화하고 통제한 역사를 살펴보는 작업은 공고해 보이는 성별이분법과 성 역할의 권위에 균열을 낸다.
그런데 이처럼 호모포빅한 면이 있는 에토 밈은 동시에 긍정적 전유가 가능하다. 개인은 평생 체화해온 문화 규범과 타고난 기질 안에서, 법적 성별에 부여된 규범과 일치하거나 불일치하는 성향을 모두 지닌다.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에 맞지 않는 개인의 성향이나 관계성을 드러낼 때 부담 없고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다. 남성적이지 않으면 쉽게 여성화되어 멸시받고, 여성적이지 않으면 ‘무슨 여자애가’로 시작하는 육성 팔만대장경을 들으며 살아온 세상에서 자신을 테토녀나 에겐남으로 설명할 때 드는 안도감이나 해방감을 마냥 폄하할 수 있을까? 이는 이성애 커플 중에서 기존의 성 각본과 다른 결로 관계 맺고 존재하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 쉐프 정지선이 남편과 출연한 영상에 테토녀-에겐남이라는 수식이 붙었는데, 정지선의 남편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반면 정지선은 한없이 무덤덤하다. 정지선의 남편은 결혼할 때 아내의 스드메까지 자신이 다 직접 찾아보고 예약했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아내-남편 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로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주 목격되듯, 다정다감하고 잘 돌보는 성향은 이 시대의 새로운 남성성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여전히 ‘주도적이고 무심한 남자-섬세하고 다정한 여자’ 같은 도식을 강하고, MBTI의 틀을 빌려 ‘남자는 T(사고형), 여자는 F(감정형)’을 반복 재생산하는 현실에서 사소하게나마 다른 관계성을 미디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면 좋지 아니한가.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특정 용어와 해석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타인을 파악하려는 욕망은 시들지 않는다. 이번 절기의 유행인 에토 밈은 기존의 성별이분법과 성역할에 기대어 규범 외의 존재를 대중적으로 포섭하려는 시도이자, 그 자체로 이러한 구별이나 성 각본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증명한다. 이중적인 파생 효과를 바라보며 다음 유행을 상상해 본다. 태어난 날짜, 혈액형, 자기보고 검사, 호르몬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오는 다음 주자는 아무래도…혈당?
<이진송>
2012년 대학교 1학년을 마친 문혜연씨(34)는 곧장 휴학을 결정했다. 학사 경고를 겨우 면한 새내기 생활이었다. 무용을 그만두고 어영부영 선택한 간호학과는 당최 맞질 않았다. 삶의 방향을 잃은 혜연씨는 “세상에 내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혜연씨를 잠자코 지켜보던 부모님은 “너는 뭘 하든 잘할 텐데 왜 이리 헤매냐”고 말했다. 혜연씨는 그 말을 심지 삼아 아르바이트와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날 PC방 계산대에서 공부하던 혜연씨에게 손님이 다가와 “일하러 와서 딴짓하냐”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사장이 “불편하면 다른 데 가시라”며 손님을 내쫓았다. 사장이 말했다. “혜연아, 네가 얼마나 정직하게 일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 그 순간 혜연씨는 “살고자 마음먹으면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24년 4월, 혜연씨의 “두 번째 방황기”였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개월이 흐른 시점이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혜연씨는 “어디다 탄원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탄원서를 쓰고 변호사를 찾아다녔다. “아빠를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차오르던 어느 날 혜연씨의 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산업재해 유족입니다.” 전화 너머 소개말에 혜연씨가 벌떡 일어났다. 방황하는 혜연씨를 도울 또 다른 손길이 그렇게 찾아왔다.
혜연씨의 아버지 문유식씨는 10대 때 경북 김천에서 서울로 왔다. 요리사로 일하던 유식씨는 늦둥이 혜연씨가 태어나고 미장공으로 직업을 바꿨다.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한 유식씨가 밤늦게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혜연씨는 문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아빠!”하고 달려나갔다. 무뚝뚝한 유식씨는 옆에 딱 붙어 재잘재잘하는 딸을 보고 피식피식 웃곤 했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생활이 알뜰했던 유식씨는 딸을 향한 애정만큼은 아끼지 않았다. 유식씨는 종종 혜연씨가 밥을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혜연씨가 “왜 그렇게 봐, 나 좋아?”하고 장난스럽게 물으면 또 피식 웃고 말았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쳐다봤다”는 사실을 혜연씨는 뒤늦게 깨달았다.
문유식씨(당시 72세)는 지난해 1월22일 인우종합건설의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다 1.88m 아래로 추락했다. 바퀴가 달린 이동식 비계 위에서 미장 작업을 하던 유식씨는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다. 평평하지 않은 계단참 위에 설치된 비계엔 안전 난간이 없었다. 급작스러운 이동을 막기 위한 장치도 없었다. 뇌 손상 진단을 받은 유식씨는 사고가 일어나고 일주일 뒤 숨졌다. 회사는 “한파로 인한 사고로 추정된다”고만 말했다. 혜연씨는 아버지의 죽음이 산업재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혜연씨에게 친구가 “회사한테 사과받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설명은 들었느냐”고 물었다. “유가족에게 사과받을 권리도, 알 권리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혜연씨는 무작정 온라인으로 탄원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장례부터 법적 절차까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추운 날씨에 곳곳을 뛰어다니고 있으면 욕 한 번 못하던 여린 아버지가 “혜연아, 됐어. 내가 갈 때가 되어서 간 거지 뭐”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그게 속상해서 혜연씨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아빠. 아빠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잘못한 사람들은 따로 있고 그 사람들이 벌 받아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죄책감 갖지 마. 알았어?” 피식 웃으며 돌아오는 대꾸가 없어 혜연씨는 외로웠다.
그때 전화가 왔다. 2019년 부산의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정순규씨의 아들 정석채씨였다. 혜연씨의 탄원서를 읽은 석채씨는 5년여간의 경험을 들려줬다. “발언할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사건을 알려라”, “어떤 질문에도 답할 정도로 사건을 파악해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혜연씨는 보도자료를 쓰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싸우고자 마음먹은 혜연씨에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우수수 나타났다. 일을 병행하기 힘들었던 혜연씨가 사직서를 내자 동료들은 “싸우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입을 모았다.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산재 유가족들이 손을 보탰다. 1심 재판 탄원서에는 2만6000명의 서명이 모였다. 혜연씨는 “그 숫자가 도대체 어떤 마음들을 의미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하는 길거리에서 혜연씨는 가만히 아버지를 생각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미장 도구를 챙기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일하다 너덜너덜해진 채 집으로 돌아와 허겁지겁 밥을 먹고 9시면 잠이 들던” 유식씨의 순간순간을 꼼꼼히 그려봤다. 30년 동안 아버지가 지은 건물들, 그 건물에 닿았을 아버지의 손길, 가장으로서 견뎠을 무게와 외로움을 하나하나 헤아렸다. 그 시간들이 혜연씨는 행복했다. 잠든 딸이 깰까 텔레비전을 무음으로 보곤 했던, 애정 표현을 하면 쑥스러워 괜히 성을 냈던, 맛있는 음식은 가족이 올 때까지 먹지 않았던 아버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기억하는 딸에게 유식씨가 “고맙네”하고 피식 웃을 것만 같았다.
지난 6월 열린 2심 재판에서 인우종합건설은 벌금을 선고받았다. 현장소장에게도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혜연씨는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가족이 길거리로 나와야 하는 세상”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혜연씨는 자신의 경험이 “하나의 흉터”로 남길 바란다. 유가족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상처가 또 다른 유가족에게로 이어지지 않고 그저 과거의 흔적이 되기를 바란다. 혜연씨가 말했다. “아무도 유가족이 싸워야만 하는 세계를 몰랐으면 좋겠어요. 가족을 잃는 것만으로도 상처잖아요. 애도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훈련이 필요한데 길에서 싸워야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상처예요. 제가 겪은 경험을 아무도 안 겪었으면, 아예 몰랐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의 흉터가 될 때까지 혜연씨는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간다.
1일 오전 전북 완주군 운주면 장선리 화산~운주 간 도로시설 개량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감전돼 7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완주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3분쯤 전선 해체 작업을 하던 A씨(60대)가 전기에 감전돼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양팔과 가슴 부위에 화상을 입은 채 주변인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그는 이날 작업을 하기 위해 고용된 일용직 노동자로 확인됐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사고 경위를 확인한 뒤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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