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폰테크 68만 돌파한 ‘신명’···웃으며 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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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6-24 04:33 조회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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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은 유튜브 매체 ‘열린공감TV’ 산하 열공영화제작소가 제작·배급한 영화다. ‘열공TV’ 소속 탐사보도 기자 정현수 PD(안내상)가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검사 출신 정치인 김석일(주성환)과 수상한 그의 아내 윤지희(김규리)의 비밀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제작비 15억원의 저예산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히 제작됐다. 10일만에 손익분기점(약 30만 명)을 넘겼다는 흥행 산업적 성공을 거뒀다 할 수 있다. 개봉일을 대통령 선거 바로 전날인 6월2일로 변경한 것,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정치 유튜브 등에 직접 출연하며 작품을 홍보한 것 등이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김석일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고 윤지희가 김건희 여사라는 것을 숨길 생각이 없다. 손에 ‘왕’자를 그리고, 직접 대통령 집무실 이전 브리핑을 하고,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하는 등 윤 정부 때 보았던 장면들이 그대로 재현된다.
<신명>이 본격적으로 조롱·악마화하는 것은 김건희 여사다. 극 중 윤지희의 캐릭터 설명은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 분신사바를 시작으로 주술에 심취. 남자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형으로 얼굴을 바꾸기 시작해 이름, 학력, 신분까지 위조해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치하고, <신명> 속 윤지희에 대한 묘사는 여성 혐오적이다. 영화는 그를 성행위와 무속신앙으로 ‘남자들을 홀리는’ 악마로 표현한다. 정작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수괴 김석일은 ‘사법고시 9수생’ 이력이 반복 호명되며 무능하게 그려지는 게 전부다.
더한 문제는 이태원 참사·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을 극 중 ‘오컬트성’ 음모론 소재로 소비한다는 점이다. ‘일본 귀신은 한국과 달리 사람을 해친다. 순수한 영혼을 바치면 그 복이 돌아온다고 믿는다’는 설정으로 이 참사가 윤지희의 인신공양 의식으로 인해 발생한 것처럼 제시한다. 참사 이후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를 상대로 진상규명을 외쳐왔던 유가족과 참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저버린 것이다.
“삼풍, 세월호, 오송, 이태원은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애먼 사람들이 죽은 사회적 참사다. 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도, 세월호 유가족을 다룬 <생일>도 이 부분에서는 몹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겨우 전 대통령 내외를 모욕주겠답시고, 그 모든 죽음을 한낱 굿판 장난질 취급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한 관람객은 영상 콘텐츠 평가 플랫폼 왓챠피디아에 별점 0.5점을 주며 이같이 썼다.
조악한 만듦새와 이렇듯 위험한 설정에도 이 영화가 흥행한 것은 왜일까. “김건희 여사를 삼켰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 김규리의 사진이 영화의 개봉 전 화제성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김건희·윤석열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그만큼 컸음을 보여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건진법사·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수사가 지난 3년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내란수괴는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이 영화의 이례적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진상을 밝히기 위한 준비를 하는 사회적 참사를 이런 식으로 전달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 몫이지만 <신명>의 흥행에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다는 것이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주빈은 대만이었다. 대만 문학은 아직 국내에 생소한 편이나, 고유한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반영한 소설들은 한국에도 몇몇 알려져 있다. 천쓰홍(49) 작가의 <귀신들의 땅>과 <67번째 천산갑>은 국내에서 3만부 넘게 인쇄됐다. 천쉐(55)의 작품은 레즈비언 문학의 경전으로 꼽히며 독보적인 관심을 받는다. 도서전을 맞아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을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프리미어호텔 코엑스에서 각각 만났다.
일제 식민 지배, 독재 정권 시기, 급속한 산업화와 빈부 격차 문제 등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했다. 때문에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올해 내한 작가 중 한 명인 장자샹은 <밤의 신이 내려온다>에서 1947년 장제스 국민당 정권 당시 일어난 민중 봉기 ‘2·28 사건’을 다뤘다.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은 ‘백색 테러’(1949~1987년 계엄령이 내려졌던 대만의 국민당 독재 시기) 당시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시골 마을 용징을 배경으로 한 일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억압받는 여성들과 동성애자의 고통과 슬픔을 그렸다. 소설은 대만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독재 정권 시기는 대만 국민들에게 언어생활을 포함해 큰 상처를 남겼다. 천쓰홍은 “계엄 정부에서 중국어 사용을 강제하면서 학교에서 대만어를 사용하면 처벌받았다. ‘앞으로 다시는 대만어를 쓰지 않겠다’는 팻말을 걸고 다녀야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장자샹처럼 일부러 대만어를 배워 작품에 활용하는 작가도 등장했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에는 대만어와 중국어가 섞여 쓰였다. 천쓰홍은 “나도 작품에 대만어를 조금씩 따와 쓰기도 하지만, (대만어를 완전히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자샹처럼 완전히 창작에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대만어는 내게 잃어버릴 뻔한 보물”이라고 말했다.
계엄령 해제 후 사회 분위기는 개방적으로 바뀌어 갔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게이와 레즈비언이라는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천쓰홍과 천쉐는 도서전 기간 ‘달아나고, 돌아오다: 타이완 퀴어 문학의 여정’라는 제목으로 함께 북토크에 참여했다.
천쉐는 1995년 발표한 데뷔작 <악녀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들 사이의 정욕 묘사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 공식적으로 번역돼 나왔다.
천쉐는 자신의 매니저이자 문학적 동료인 여성 파트너와 함께 도서전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동성 결혼이 합법화 하기 10년 전부터 함께 살았다. 이 생활을 담은 이야기를 에세이 <같이 산 지 십 년>에 담기도 했다. 그는 매번 글쓰기와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둘 다 창조성을 가득한 행동”이라며 “글쓰기는 작품을 창조하고 사랑은 인생을 창조한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흔히 레즈비언 작가라는 이름이 따라붙지만, 그의 작품세계가 여성 간의 사랑 이야기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을 다룬 <다리 위의 아이>는 그를 대만 문단에서 본격 인정받게 한 소설이다. 책은 대만 일간지 ‘중국시보’ 선정 10대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쉐는 “어릴 때 집이 파산해 가난하게 살았다. 타이중에서 좌판을 벌고 장사를 하며 지냈는데, 그 시절을 자전적으로 담았다. 이 책이 대만에서의 내 문학적 지위를 바꿔놨다”고 말했다. 실제 천쉐는 데뷔 이후에도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 타이중에 가서 옷을 파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대만 문학의 또 다른 특징은 토속적인 정서, 그중에서도 민중에 깊이 새겨진 ‘귀(鬼)’라는 소재에 천척한다는 점이다. <귀신들의 땅>은 ‘귀문’이 열려 온갖 귀신이 출몰하는 계절이 배경이다. <밤의 신이 내려온다>의 원제는 ‘야관순장’으로 밤의 신인 야관이 길 잃은 영혼과 귀신들의 행렬을 데리고 밤 행차에 나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쓰홍은 “대만에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과 귀신은 경계가 없다는 말로 대만에서 귀신은 굉장 친숙한 개념”이라며 “음력 7월 한 달은 ‘귀신의 달’이라고 불리며 풍성한 제사 음식으로 귀신을 달래는 풍습도 있다”고 했다.
소설 속에서 귀신은 현실에서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한을 죽어서야 풀어내는 도구가 된다. 작가는 “과거의 귀신은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힘을 가지지 못했던 여성들이 귀신이 되어서야 초능력 같은 힘을 가지고 복수를 했던 것”이라며 “결국 귀신이라는 것은 사회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천쓰홍, 천쉐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다수 중화권 문학 작품을 번역해 온 김태성 번역가는 대만 문학에 대해 “중국 본토 문학에 비해 소재 등에서 더 자유롭다는 것이 대만 문학의 특징”이라며 “천쓰홍의 작품은 주제나 구성, 표현, 수사 등이 모두 적당한 중용을 가지고 있다. 재밌는 소설이 갖춰야 할 요소를 다 갖췄다. 천쉐의 경우 글에서 대중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천쓰홍은 공식적으로 두 번, 지난해에는 개인적으로 한국을 찾는 등 한국에 관심이 많다. 차기작은 “서울과 관련한 사랑 얘기”라고 했다. 지난해 불법 계엄 이후 이어진 한국의 정치 사황에 대해서도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면 K-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대만도 비슷하다. 대만 사람들도 시위하는 것, 목소리 내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자유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는 천쉐는 “지난해 한강이 노벨상을 받았을 때 결국 ‘아시아 여성의 목소리를 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는 생각에 함께 기뻤다”며 “한국의 여성작가들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들 자살 “일반 사망”이라던 군, 증거 제출하자 순직 인정수사관 처벌 요구 시위…‘악성 민원인’ 몰리고 재판서 ‘유죄’
강경화씨는 서울 관악구 수도방위사령부 앞에서 5년째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세상을 등진 아들의 죽음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군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이다.
군은 강씨의 말을 ‘소음’ 취급했다. 시위 도중 벌어진 강씨와 군의 충돌을 하나하나 기록해 강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선 유죄가 나왔다. 강씨는 불복해 법적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재판장 최진숙) 재판이 끝난 뒤 강씨는 “군인들의 억울한 죽음을 덮어버리고 유족을 괴롭히는 군의 행태를 조금이라도 밝히고 싶다”고 했다.
강씨의 늦둥이 조준우 일병은 2019년 7월 첫 휴가 때 집에서 목숨을 끊었다. 수방사 군사경찰단은 그의 죽음이 군과 무관한 ‘일반 사망’이라고 결론 냈다. 강씨는 믿을 수 없었다. 아들 일기장에선 “선임 병사 때문에 불편하다”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이 여러 번 나왔다.
강씨는 부대 선·후임을 만나고 정보공개 청구로 증거를 모았다. 자살 한 달 전 사흘 연속 당직 근무를 서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고, 2019년 3·6월 심리검사에서 대인관계 어려움 등 위험신호가 있었는데 전문상담 등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국방부는 2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했다.
강씨는 다시 확성기를 들었고 군수사관 손모씨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군검찰은 수사에 일부 부족한 점이 있었으나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불기소했다. 강씨는 재정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군은 손씨를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
시위 5개월째에 군사경찰 5명이 강씨를 찾아왔다. “징계권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할 말 없으니 안 만나겠다고 했어요. 갑자기 혼자서 군인 5명을 만나려니 무섭기도 하고… 그런데 그 수사관을 불러준다길래 ‘사과라도 하려나’ 싶어 일단 따라갔어요.” 손씨는 사과하지 않았다. “저는 자살인지 타살인지만 판단하는 사람”이란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강씨의 분노가 폭발했다.
아들의 죽음으로 벌을 받게 된 건 어머니였다. 군은 강씨를 ‘악성 민원인’으로 대했다. 강씨는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수방사는 2023년 1월 “일반 민원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으로 부대 안에 들어가 시위를 하는 등 허가 없이 군사기지에 출입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강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행동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아들이 허망하게 죽었는데 군은 덮어버리고, 엄마가 너덜거리는 가슴으로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게 이 나라 현실”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1심은 지난해 7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엔 강씨 주장을 배척한 이유가 한 줄도 적히지 않았다. 최정규 변호사는 “군이 피해 유족을 예우하진 못할망정 행동 하나하나 트집 잡아 처벌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경찰과 검찰에 이어 법원도 강씨가 군과 충돌한 배경을 전혀 보지 않았다. 잘못된 판례가 쌓이면 유족들의 1인 시위를 위축시키는 군의 행동이 쉽게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강씨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이미 바닥이라 1심 판결에 화도 나지 않았다. 사회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조금이라도 찾고 싶어 항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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