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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복을 비는 무당, 굿에서는 여성이 리더였다”…‘여성 무당의 서사’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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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9-17 05:31 조회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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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홀로 어둠을 밝히랴~ 우리 노래 부르리라~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 국악풍의 노래와 함께 화려한 무당 옷을 입은 여성 3명이 흥겹게 춤을 춘다. 검으로 악귀들을 베고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혼문을 지킨다. 이들은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 미라, 조이로 변신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첫 장면이다.
<케데헌>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무속신앙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정작 그동안 한국에서 무속은 전통문화와 예술, 종교로서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미신으로 치부되고 조롱, 탄압의 대상이 돼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부부의 ‘무속 정치’ 논란이 불거지며 무속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 오후 이지녀 만신(무녀를 높여 이르는 말·62)을 서울 종로구 그의 신당에서 만나 무속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무속은 권력자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위해,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잘살기 위해 빌어온 ‘민중의 종교’라고 했다.
경기 가평군에서 태어난 이씨는 어릴 때부터 자연에서 뛰놀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자연의 신성함을 느끼며 미대 진학을 꿈꿨지만 정식 미술교육은 받지 못했다. 1980년대 민중미술 화가인 김봉준씨의 작업실에서 잡다한 일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조금씩 판화와 민화 같은 그림을 배웠다. 이후엔 서울 이대 후문의 봉원사 만봉스님을 찾아 탱화(불화)를 배웠다. 훈련은 쉽지 않았다. 시왕그림(10대 왕의 재판 광경과 지옥에서 고통받는 망자들을 묘사한 불화)에 얇은 종이를 대고 붓으로 따라 그리는 연습을 3000장 하고, 그다음엔 시왕그림을 보면서 3000장, 아무것도 안 보면서 3000장을 그려야 했다.
1980년대엔 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중의 삶이 담긴 전통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활동이 활발했다. 이씨는 문화예술인들이 굿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민족굿회’에 참여했다. 민족굿회는 충남 태안 안면도를 찾아가 고 김금화 만신의 첫 정월 풍어제 굿을 봤다. 바다의 신을 위로해 물고기가 많이 잡히고 어민들이 안전하기를 비는 굿이다. 이때 이씨는 굿에 큰 감명을 받았다. 신명 나는 장단과 만신의 축원 소리, 해학적이고 자유롭게 신을 표현한 무신도 그림에 매료됐다.
굿은 개인뿐 아니라 우리의 행사라는 게 특징이다. 포용과 조화도 굿에 녹아 있었다. 이씨가 말했다. 굿에는 마을 사람들이 다 참석해 ‘1년을 잘살게 해달라’면서 마을의 평화를 기원해요. 각자 힘들었던 것을 풀어내고 소통을 하는 거예요. 어느 집에서 굿을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찾아갑니다. 굿을 보면서 쌈짓돈을 꺼내고, 춤도 추고. 개인의 굿이지만 마을굿처럼 신명을 풀어내는 것이죠. 함께 참여하면서 이 집도, 저 집도 두루두루 잘되기를 비는 거예요. 마을이 편안해야 구성원으로서 내가 있다는 점에서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 기도했던 것 같아요.
굿을 주도하는 무당이 여성인 점도 그의 관심을 끌었다. 무당이, 여성이 모든 행사를 이끌며 길을 열어주는 게 감동스러웠어요. 가부장제에서 여성들은 남성 뒤에 숨어 있거나, 남성이 시키는 대로 보조적 역할을 했잖아요. 그런데 굿에서는 여성이 리더인 거예요. 모든 분이 만신을 존중하고 그에게 기대를 하는 모습도 신기했고요. 무속에 의지한 이들도 주로 여성이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할머니, 어머니, 며느리들이 가슴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의 주체성을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 굿판이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전국의 굿판을 다녔다. 징과 장구를 치고, 무신도를 그리고, 음식을 준비했다. 무당의 턱 밑에서 무가 소리를 들으며 굿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됐다. 한 번은 어느 만신이 이씨에게 무감을 서보라고 했다. 무감은 굿판에서 무당의 옷을 입고 뛰노는 것을 말한다. 처음엔 어떻게 하는지 몰라 마냥 뛰었는데, 하고 난 뒤엔 뭔지 모를 감정이 밀려왔다. 서도소리 명창인 오복녀씨에게 소리를 배우고, 신을 모시는 ‘맞이’ 그림을 계속 그렸다. 신내림을 거부했던 이씨는 30대 초반 신을 받아들였다. 김금화 만신을 신어머니로 모시려고 찾아갔을 때 첫 마디는 왜? 내림굿 하려고?였다고 한다. 그럴 운명이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굿은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씨는 황해도 굿을 한다. 서사와 그림, 소리, 춤은 굿의 핵심요소이고, 굿에 사용하는 방울, 부채 같은 무구, 옷, 깃발, 음식도 이씨는 직접 만든다. 정성껏 만들면서 내 안의 신성한 기운, 만물의 소중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당엔 그가 흙으로 빚은 신령 형상의 토우도 여러개 있다. 그러나 이런 굿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씨는 예전엔 제자들에게 물려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멸되고 있다며 굿에 들어 있는 문화예술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누는 공간도 제대로 없다고 했다.
종교로서의 무교(巫敎)는 제대로 인정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는 무속을 미신으로 규정하고 단속, 금지했다. 서울을 수호하는 신당(국사당)이 남산에 있었지만, 일제는 남산에 조선신궁을 짓는다며 신당을 인왕산으로 쫓아냈다. 한국인들이 토속신앙이자 생활풍습이던 무속을 감추고 부끄러워하는 부정적 인식이 일본강점기에 비롯됐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다. 박정희 정권은 미신 타파 운동을 펼쳤다. 근대화와 계몽을 명분으로 무당의 활동을 막았다. 최근엔 다른 차원에서 무속의 의미가 변질됐다. 정치권력의 무속 논란이 불거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토론회 때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쓰고 나왔고, 천공과 건진법사 등 무속인들이 국정운영에 관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무당 인플루언서, 무당 유튜버가 늘면서 돈벌이나 자극적 콘텐츠가 주목을 받기도 한다.
‘무속이 권력을 지향하느냐’고 묻자 이씨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오히려 약자와 소수자, 민중의 아픔을 치유하는 게 무속의 역할이라고 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빌죠. 그런데 그게 ‘있는 사람’을 위해서만 비는 게 아니에요.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자식 못 낳는 사람을 위해서 비는 거죠. 일반 서민들이요. 일상에서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 건가 미래를 예언해주는 게 궁금해서 점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사실 근본은 속에 쌓인 것을 풀어달라고 오는 거예요. 화난 응어리를 푸는 것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하나의 치유입니다. 한 마을의 의사이자 상담사 역할을 한 게 무당이거든요. 그게 바로 우리 굿이 갖고 있는 의미이지, 종교가 권력을 쥐려고 하고 ‘내 말을 안 들으면 안 된다’는 식의 가스라이팅을 하는 순간 타락하는 겁니다. 내 인생보다 남을 위해서 사는 게 무당인데, 이상한 종교인들 때문에 무속이 더 폄하되고 있어요.
이씨는 일본군 위안부, 선감학원, 동두천 성병관리소, 간토대학살 등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위령제를 했다. 억울하게 죽은 혼을 달래 저승으로 잘 가도록 빌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말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서 위령굿을 할 땐 굿상에 떡볶이와 햄버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렸다. 선감도는 1940~1980년대 부랑아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아동·청소년들을 잡아 가두고 폭행을 가하며 강제노역을 시킨 곳이다. 국가가 제대로 한을 풀어주지 않은 망자들이 이 땅에 얼마나 많나요? 영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이 땅의 울분이 거둬져야 우리 자손들도 맑게 성장할 수 있어요. 과거 역사를 제대로 밝혀내고 사죄가 이뤄져야 용서도 되는 것이고요. 위령굿이라고 해서 슬프게만 끝나진 않는다. 굿이 끝날 땐 춤 한판을 추거나, 굿상의 음식을 나눠먹는다. 아픔을 내려놓고 잘 살아가자는 ‘신명 난 굿판’, 그게 전통이다.
이씨는 지난해 12·3 불법 계엄이 터진 후엔 실로 뜬 북두칠성 깃발을 들고 여의도광장으로 나가 ‘탄핵’을 외쳤다. 이씨는 용기를 낸 것이었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의 무속 논란 때문에 무당이 광장에 나가면 혹여 지탄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럼에도 그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는데 항상 민중, 서민과 함께해온 무당으로서 부정한 권력과 싸우는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긍정적 반응이었다고 한다. 광장에 나온 수많은 깃발과 북두칠성 깃발이 어우러졌다. 광화문 앞에선 시민들과 함께 기도하고, ‘탄핵 인용’ 시루떡을 나눠먹었다.
<케데헌> 열풍은 깜짝 출장용접 놀랄 일이었다. 헌트릭스의 모습은 완전한 무당이었다. 영화 <파묘>, 드라마 <악귀> 등 무속을 다룬 콘텐츠는 많았지만 대체로 퇴마와 주술을 부각한 것들이었다. 공동체와 평화, 문화예술의 측면을 긍정적으로 다룬 것은 <케데헌>이다. 이씨는 <케데헌>에 대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무당이 하는 전통을 여과 없이 담았다고 평했다. 또 보면 볼수록 눈물이 많이 났다. 한이 풀리는 느낌이었다며 무속을 미신으로 폄하해온 한국에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케데헌>을 만든 매기 강 감독은 무속에 편견이 없던 이민 2세대(한국계 캐나다인)이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취지다.
무속의 역사에서 무당은 여성이었고, 마고·삼신 등의 여신이 유명하다. 이씨는 <케데헌>에서 여성 헌터가 남성 악귀를 물리치는 설정과 구도를 특히 흥미롭게 봤다고 했다. 그는 태초에 우주 만물이 어머니 배 속에서 탄생했지만, 농경사회와 전쟁이 나타나면서 남성 중심 사회로 전환됐다며 <케데헌>의 구도는 어머니의 마음과 따뜻함이 있는 세상으로 가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케데헌> 인기를 계기로 무속, 굿에 내포된 한국 고유의 가치를 지켜나가면 좋겠다는 게 이씨의 바람이다. 루미가 자기 안의 어둠을 숨기다 끝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모두와 함께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케데헌>이 뜬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부 국가가 폭력으로 전쟁과 점령, 살생을 하고 있죠. 풍족하게 먹고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자살을 많이 합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혼자 즐기는 게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문화, 따뜻함, 평화가 우리 속에 있다는 것을 되찾고 바로세우면 좋겠어요. 10년 전까진 저도 무당이라는 말을 숨기고 살았지만 이제 당당해졌고, 무당의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합니다.
▼ 이혜리 기자 lhr@khan.kr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사거리 인근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는 소동이 벌어졌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25분쯤 상암동 상암사거리 인근 지하에 설치된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전 7시50분쯤 완전히 꺼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만 일부 도로는 통제됐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오전 8시30분 상암사거리 구간에서 월드컵북로와 증산로 양방향 1개 차선이 통제 중이다.
마포구청은 이날 안전 문자메시지를 통해 화재사실을 알리며 상암사거리 월드컵북로, 증산로 양방향이 교통통제 중이니 우회해 다른 도로를 이용해달라고 전했다.
오전 진료 마감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는 기다린다고 생각하시고 오후에 다시 오세요.
지난 10일 비만치료제 주사제 ‘위고비’ 성지로 불리는 서울 시내 A의원 출입문은 쉴 틈 없이 열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즈음 A의원을 방문했지만 이미 오전 진료 대기 인원까지 마감된 상태였다. 다시 오겠다며 돌아선 등 뒤로 마운자로가 품절이어서 그나마 사람이 없는 편이에요. 한 시 반에 오후 진료 시작하니까 그 전에 오세요라는 말이 꽂혔다.
점심시간 휴진이 없는 또 다른 성지 B의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선 위고비 처방을 받기 위한 조건이 하나 더 붙었다. 저희는 위고비 처방전만 발행하지는 않고, 진료를 보시려면 반드시 제품도 함께 구매하셔야 해요. 2.4mg 주사제 기준 43만9000원입니다. 의사는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가격부터 날아왔다.
15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위고비’가 출시된 후 올해 상반기까지 39만5384건, 하루 평균 1526건씩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7%인 10만6881건이 이른바 ‘위고비 성지’라고 불리는 30개 병·의원에 집중됐다. 위고비 처방건수 전체 1위를 차지한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의원에서만 1만6764건이 처방됐다.
이들 30개 병·의원 중 25곳은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특히, 서울 종로구에는 5개 병·의원이 ‘성지’로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위고비 처방을 쉽고, 싸게 해준다는 입소문을 타며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쏠림’이 병·의원 간 환자 쟁탈전을 만들며 제대로 된 문진 없이 빠르게 처방하는 기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성지’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원내조제 등 불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었다.
위고비는 애초에 BMI(체질량지수,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 고도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고혈압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이에 따라 BMI가 해당 수준을 넘어야 처방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제조사 노보노디스크제약에 따르면 위고비는 0.25mg 용량부터 시작해 4주마다 0.5mg, 1.0mg, 1.7mg으로 투여 용량을 단계적으로 높여서 최종적으로 2.4mg을 유지해야 효과도 높고,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성지’에서는 이 모든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한 시간여를 기다려 처방비가 가장 싼 것으로 유명한 A병원에서 진료를 봤다. 키 182cm, 몸무게 78kg 인 기자의 BMI 지수는 약 23.55kg/㎡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지한 위고비 처방 대상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의사는 처방이 가능하다고 했다. 위고비 사용이 처음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처방된 것은 위고비 0.25mg이 아닌 1.0mg이었다. 당뇨 및 고혈압 여부를 물어보거나 유의사항 설명은 없었다. 유튜브 찾아보면 어떻게 맞는지 잘 나오니까 그거 보세요라는 말이 전부였다. 오후 4시 9분에 진료실에 들어가 4시 10분에 나왔다. 정확히 ‘1분진료’였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은 비만 치료제는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추가할 만큼 탈모 같은 미용성형 목적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안전사고 우려도 있는데 환자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간호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을 땐 더 낯선 경험이 다가왔다. 그는 왜 약국에서 사려고 하세요. 병원에서 사는 게 훨씬 더 싼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행 약사법 제23조에 따르면 의약품 조제는 약사 및 한의사만 가능하다. 이들 병원이 위고비를 판매하는 것은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 병원에서 조제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병원에서 실제 주사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의사에게 직접 위고비를 투약해 줄 것이냐 물었다. 무슨 소리냐. 집에 가서 직접 하시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방문한 네 군데 성지 병원은 모두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위고비를 판매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봉도 안 된 제품을 그냥 준다는 것이냐. 병원에서 주사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면 원내조제 위반며 현장에서 그러고 있다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정지웅 법률사무소 정 변호사는 병·의원에서 위고비 주사제를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약사법 제23조가 금지하는 ‘약국 외 판매·조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는 의사와 약사의 업무 영역을 엄격히 구분한 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고비 처방을 둘러싼 편법을 부추기는 것은 병원만이 아니다. 처방전을 들고 방문한 C약국에서는 왜 돈 아깝게 처방전 하나만 받아왔냐. 다음에는 3개월간 외국 간다고 하고 1.0mg, 1.7mg, 2.4mg 세 개 용량으로 처방해 달라고 의사한테 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병원들끼리 경쟁이 심해서 처방전 세 개를 한꺼번에 받아도 한 개 값만 받는다며 웃었다. 서 의원은 위고비 ‘성지’라 불릴 정도로 특정 의료기관에 처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이런 문제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의료 당국은 비만치료제가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오남용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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